토탈 리콜 리메이크 커밍 순... Sci-Fis

폴 버호벤의 1990년작 영화 <토탈 리콜>의 리메이크 작업이 임박했다. 닐 모리츠가 연초에 콜럼비아 스튜디오랑 협상을 마쳤고, 커트 위머가 스크립을 쓰고 있단다(헐리웃 리포트). 안 그래도 몇 주전 케이블에서 <토탈 리콜>과 젊은 슈왈츠제네거를 다시 보면서 왜 리메이크를 하지 않을까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필립 딕(Phillip K. Dick)이라는 전설의 SF작가의 원작이 작품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버호벤이 각색해낸 스텍터클과 특수장비들은 우리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었다.

화성을 구하는 영웅의 꿈을 반복하여 꾸던 퀘이드는 저렴한 가격으로 화성여행을 하기 위해 리칼회사(REKALL)에 방문하여 가상기억을 주입받기로 한다. 그런데 기억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그는 과거 실제로 화성에서 했던 행적을 기억해내고 그가 꿈꾸었던 그대로 화성에 가게 된다. 당시 화성은 산소통제권을 장악한 코하겐의 지배하에 있었고, 퀘이드는 원래 그의 부하, 하우저였다. 코하겐의 폭정에 반기를 들었던 하우저는 반란군의 편에 서서 대항하다가, 기억을 제거당한 채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우저가 감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그가 오래 전 외계인들이 화성에 건설한 산소발전소의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화성으로 돌아온 하우저, 즉 퀘이드는 그가 리칼사에 주문했던 여인과 똑같은 과거의 아내 멜리나를 만나고 예지자 쿠아토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화성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마지막에 퀘이드가 멜리나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게 만약 꿈이면 어떻게 하지?" 멜리나는 "그럼 깨지 않으면 되지"라고 답하지만,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어쩌면 퀘이드가 화성의 영웅이 되었던 것은 리칼사가 주입한 가상기억일지도 모른다. 퀘이드의 활약을 가상이라 하건 현실이라 하건 간에 모두 말이 되도록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내친 김에 필립 딕의 원작소설을 꺼내 읽었다. 원제는 "기억을 도매가로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이다. 원작은 기억과 가상을 첨예하게 대립시키면서 가상현실의 문제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퀘이드가 화성경찰에 쫓기던 중 기억을 다시 지우기로 협상을 한다. 더 강력하고 멋진 가상의 기억을 이식시키면 과거 화성영웅 기억은 묻히게 될 거라는 계산이었다.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죽여도 좋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지구를 정복하러온 외계인에게 자신이 살아있을 동안에는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약속받아, 지구를 살리게된다는"  황당무계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왠걸? 이번에도 기억을 주입하기도 전에 퀘이드는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에 했던 외계인과의 만남을 기억해내고 만다. 새로운 기억의 주입은 결국 실패했지만 지구멸망을 두려워한 화성경찰은 퀘이드를 죽이지도 못한다.

리칼사장이 망설이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 인상적이다. "실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반면 저희가 제공하는 가상 기억은 모든 세부까지 아주 선명하게 남을 겁니다." 그럴 듯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름의 거금을 주고 가상기억을 구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실제 경험이라는 게 결국 희미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고, 또한 기억은 대개 선택적이고 심지어 왜곡되기 십상이라면, 그것이 실제이건 가상이건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엔 이런 사업이 틀림없이 성업할 것이다.

막상 리메이크 소식을 접하니 모리츠가 얼마나 "신선하게"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살짝 의문이 간다. 요즘의 현란한 디지털 테크놀로지덕분에 비쥬얼 효과는 더 실감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화성에 잠입하기 위해 위장한 여성의 얼굴이 폭탄으로 해체되는 모습은 아이디어는 그럴싸하지만, 비쥬얼은 많이 조악하다. 하지만 내러티브 자체는 버호벤 만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대개의 필립딕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그렇듯이, 버호벤도 원작에선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내용을 개작하고 디테일들을 풍부하게 만들어 흥미진진한 미래영화로 완성시켰다.

버호벤의 영화에서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는 리얼리티이다. 화성의 소수 계층인 돌연변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상당히 그럴싸하다. 대부분 산소부족으로 일그러지고 추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가슴이 셋 달린 여자나 뱃속에 제2의 인물을 품고 있는 남자 등 의외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영화의 리얼리티는 주인공 퀘이드의 잔인한 액션에서 더 부각된다. 괴력의 소유자인 퀘이드는 그를 쫓는 화성경찰과 코하겐의 하수인을  무참하게 죽여버린다. 최근 미끈한 그래픽으로 다듬어진 디지털 액션과는 대조되는 '라이브 폭력'은  이 오래된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산소발전소가 가동하자 대지진이 일어나 유리창 밖으로 떨어진 퀘이드와 멜리나는 잠시 산소부족으로 얼굴과 몸이 팽창하여 아주 흉물스럽게 변해버린다. 발전소에서 산소가 뿜어나오고 우리의 두 주인공은 예전의 미남, 미녀로 되돌아가지만, 잠시 흉칙해졌던 그들의 신체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묘하게 살리면서 끝까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과연 원상회복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실감나는 SF영화라는 것 이외에도, 영화내내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는 가상/실재의 구분은 <토탈리콜>을 오래토록 기억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였다. 리칼사에 들어선 이후, 영화의 장면들은 그것이 가상인지 현실인지 애매하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퀘이드 앞에 나타나는 적들은 반복해서 "이것은 너의 가상기억"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슈왈츠제네거의 마지막 대사는 영 찜찜하다. 이제 버호벤의 원작을 리메이크한다고 하니, 리메이크와 원작과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하다. 과연 모리츠의 호언장담처럼 신선할 수 있을까?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