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신드롬 film/media

지난 봄에 시작한 <선덕여왕>이 연말까지 방영될 것 같다. 미실의 죽음 이후 다소 밍밍해진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례적으로 여성형 영웅을 (그것도 2명씩이나!) 내세운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성공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미실'이란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있다. 고현정이 그 매력을 십분 보여줬다 하겠는데, 천년도 더 전에 살았던 한 여인이 자신의 지위와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들을 정복하고 실권을 장악한다는 이야기는 매혹적일 뿐더러 선정적이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더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는 선덕여왕이다. 다소 팜므파탈적 이미지를 풍기는 미실과 달리 중성적인 매력을 지녔기 때문일게다. 이건 단지 나의 여성취향(?)때문만은 아니다. 미실의 권력이 여전히 여성적 매력에서 비롯한 것인 반면, 선덕여왕의 권력은 남녀의 성차를 초월한 범주의 것이다. 선덕여왕은 (비록 '여왕'으로 호칭되기는 하나) 여성으로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권좌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미실의 매력과 능력이 제아무리 빼어나기로서니 그녀가 꿀 수 있는 꿈은 고작(?) 황후가 되는 '초라한' 것이었다. 신라 최고의 권력자였음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그녀가 성골이 아닌 진골이었다는 사실에 있지 않았다. 미실은 단 한번도 남자의 역할을 꿈꿔본 적이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반면 '아름다운 청년' 이미지의 선덕여왕은 한 여성으로서 한 남성(김유신)을 향한 연모의 감정을 갖기도 하고, 위엄에 찬 여왕으로 호령하기도 하는 모습이 참 맘에 든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우호의 감정일까? 이는 비단 나와 나의 세대 여성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 것 같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그토록 널리 사랑받은 이유는 우리 시대의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상당히 변화했다는데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선덕여왕>은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완화된 시대상의 반영이다. 이 드라마는 결코 천여년 전에 살았던 여성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라는 측면에서 과거와 달리 인식이 높아진 오늘날, 즉 신(新)여성상위시대에 관한 이야기다.

미실과 선덕여왕은 순순히 여성에게 복종하고 여성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남성들(혹은 애인들)을 갖고 있다. 남성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미실과 선덕여왕은 당연히 상이한 태도를 보인다. 미실은 실제로 그녀의 남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으나, 표면적인 그녀의 태도는 지극히 겸손했다. 일례로, "나도 왕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미실은 그녀의 남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외친다. "저를 도와주십시요." 그녀를 경원해 마지않는 세종과 설원은 당연히 미실을 돕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연모'이다. 세종의 반응은 이렇다. "(나의 복종을 요구함에도) 미실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를 갖고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구나" 물론 미실의 카리스마가 남자들을 사로잡기도 했겠지만, 그 카리스마의 근저에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여성적 매력이 자리잡고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선덕여왕도 '아름답다'. 하지만 그녀와 남자들과의 관계는 매우 다르다. 유신과 비담은 그녀를 어디까지나 왕으로서 존경하고 연모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쭈욱 그랬다. 유신은 한때 선덕여왕에게 강한 연모를 느꼈지만 대의를 위하여 사적인 감정을 과감하게 접었다. 반면 비담은 왕인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그녀에게 사랑받기 위해) 벼슬을 하고 업적을 남겼다. 대의를 위해 이 두 명의 애인을 꿋꿋하게 외면하는 선덕여왕은 미실과 달리 여성적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성이라 하기엔 너무 남성적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여성상만큼이나 남성상 또한 전과 많이 달라졌다. 물론 꽃미남 독주시대가 시작된지 좀 되긴 했다. <꽃미남과 여전사>가 21세기 남녀를 규정짓는 표제가 된지도 좀 된것 같다. 그런데 최근의 사극에서 꽃미남이 이렇게 왕창 등장하는 예는 별로 본 것 같지가 않다.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나 <대조영>의 최수종도 분명 꽃미남과에 속했다. 하지만 다른 조연배우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우락부락형 혹은 듬직형의 장수들이 아니었던가? <선덕여왕>의 남성배우들에게 남성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전의 사극들에 비해 <선덕여왕>의 장수들은 지나칠 정도로 이뻐보인다. 가령, 최원영이 분한 계백은 여성관객인 나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했다. (나도 성적인 존재인지라) 처음엔 "앗, 계백이 큐트하네!" 했다가, 나중에 든 느낌은 "어, 넘 약한 거 아냐?"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사적인 느낌이다.  

그렇다 해서 비담, 알천, 유신, 월야, 계백 등이 결코 무기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용맹하고 늠름한 장수들이다. 작가와 감독이 각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려준 탓도 있겠고,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덕분도 있겠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요즘 시청자들의 감수성에 부응하는 꽃미남과라는 것도 톡톡히 한몫한 것 같다. '여전사' 미실과 선덕여왕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역시 '꽃미남' 장수들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확실히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선덕여왕>을 성공시키고 급기야 신드롬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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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덕만이~ 2009/12/07 22:42 # 삭제 답글

    그래요..선덕여왕 진짜 좋아요~ㅎㅎ
  • mj 2009/12/07 23:58 # 삭제 답글

    올레!!!!!!!!!~~~~~~~
  • 추담 2009/12/08 00:03 # 삭제 답글

    매번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ㅜㅜ 덕만이 아니 이요원 왜 유부녀일까? ㅜㅜ 슬퍼
  • jemimah 2009/12/08 09:43 #

    누가 애엄마라 생각하겠어요? ㅎㅎ
  • 이샘 2009/12/08 14:13 # 삭제 답글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이 주인공이잖아요 당시의 임금들이 금관을 썼다는것은
    그만큼 폼잡는것을 중히여겼다 이겁니다. 또는 일반백성들이 임금을
    별로 귀히 여지기 않으니까 귀히 여겨달라고 금관을 섰는지도 모릅니다.
    김춘주가 김대중과 아니 김유신과 삼국통일을 하면서 얼마나 피비린나는
    싸움을 하였습니까 고구려가 무너지고 백제가 무나지고 글케되어 삼국이 하나가되는
    손 바닥만한 땅에서 두로 셋으러 갈라진 것으을 하나로 묶는데도 이렇게 힘이드니
    그랬던 나라가 지금도 둘로 갈라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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