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여인들 미술이야기

[마네, <놀란 님프> 1861]


마네의 모더니즘에 대해 쓰려고 이책 저책을 뒤지다가 마네의 아내에 대해 보들레르가 쓴 편지를 봤다.

"마네가 뜻밖의 소식을 알려왔네. 오늘 저녁 네덜란드로 떠난다네. 아내가 될 사람을 데려온다고. 아내가 될 여인은 예쁘고 상냥하고 게다가 음악적 재능도 상당한 모양이네.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재주가 있다니, 혹시 괴물이 아닐까?" (1863, 카르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마네의 부인 수잔 렌호프는 마네보다 세 살인가 연상이었던 피아노 교사였다.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던 선생님과 결혼한 거다. 근데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마네가 수잔과 결혼한 이유는 그녀가 낳은 사생아가 아버지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야튼 마네와 수잔은 서로 사랑했고, 마네는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아내와 아들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했다. 세 식구는 아주 단란한 가정을 일궜는데, 마네가 죽고나서야 그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실은 이복형이었다는 걸 알았다 한다.

수잔은 예쁘고 상냥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마네가 바람을 피워도 잘 웃어 넘겼다고 한다. 이런 여자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니... 진짜 보들레르 말대로 괴물 아닐까? 

보들레르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주변에 수잔 같은 '괴력적' 능력녀들은 그야말로 쌔고 쌨다. 근데 내가 보기에 괴물은 수잔이 아니라, 마네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훗날 마네 동생 외젠 마네의 아내가 되는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와 평생 동안 연인 사이였다. 이건 무슨 콩가루 집안...? 아버지와 그렇고 그랬던 여인과 결혼해서 이복동생을 평생 아들로 키웠던 마네가 자기 애인과 동생을 결혼시킨 것이다.

어쩌면 마네도 괴물이고 모리조도 괴물이었는지 모른다... (둘다 재능이 많고 둘다 바람피는 걸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점에서...라기보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에서 라고 해두자.)

[마네, <발코니> 1868-69]


이 작품에서 앞에 앉아 있는 선 굵은 미인이 베르트 모리조다. 나머지도 마네가 알던 예술가들이고. 마네가 모리조를 모델로 그린 그림 중 첫번째 것이고, 모리조가 아직 이십대 후반의 아리따운 아가씨였을 때이다. 수잔 랜호프도 꽤 미인이었던 것 같은데, 베르트 모리조는 끝내주는 몸매에 스페인 여자처럼 선이 또렸한 매력적인 아가씨였단다.

그래서 이 무렵 마네가 모리조한테 홀딱 반해서 연인이 되었고, 평생 옆에 두고 싶어서 동생이랑 결혼하도록 한 것도 사실이지만, 마네와 모리조의 예술적, 지성적, 감성적 교감도 간과해선 안될 것 같다. 바타이유가 이런 말을 했단다.

"베르트 모리조의 작품을 통해 그는 화가의 재능과 모델의 아름다움이 함께 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마네는 인상주의 그림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1868-69년 사이에 그린 <발코니>는 마네 인상주의의 초기작으로 자주 거론된다. 특히 형식주의자들이 "흑백의 대조"라는 둥, 야외공간에서 실제 관찰한 사실을 그렸다는 둥 하면서... 암튼 이 작품이 1860년대 초반에 그린 수잔 랜호프를 모델로 한 작품 <놀란 님프>에 비해서 엄청 인상주의적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암튼, 그래도 그렇지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자기 동생이라 결혼하라고 한 것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사실 자기 아버지가 자기한테 시킨 일을 동생한테 시켰던 것이니까... 가족력으로 이해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쫌 그렇다. (마네의 동생은 마네랑 비슷하게 생겼었다는데, 형에 비해 재능도 없었겠지만 약간 멍청했던 것 같다.)

[참고 : 제프리 마이어스, <인상주의자 연인들> 마음산책, 2007 외 다수]

 

 


덧글

  • 장난감레고 2011/10/28 14:24 # 삭제 답글

    도슨트 수업에서 듣고 여기서 글로 다시 읽어보니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것 같네요. 작품 속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네의 개인사는 충격적이기도 하네요. ^^
  • mijung kang 2011/11/08 20:59 # 답글

    자칫 자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는 "모던아트 = 데카당" 의 공식이 통하던 때이기도 하고, 보헤미안 아티스트들은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기성의 가치관을 탈피하려고 했죠. 뭐, 마네와 주변인들의 사생활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된단 얘긴 아니구요. 아, 마네는 상징주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보들레르와 친했습니다. ㅎㅎ
  • 김유진 2011/11/17 11:30 # 삭제 답글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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