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물 1 :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C.S.퍼스와 기호학

[마그리트,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1929]


[마그리트, <두가지의 신비> 1966]


푸꼬의 책은 진작에 샀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읽기는 했지만 내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 푸꼬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인지는 자신 없다.

말과 사물.

비트겐슈타인과 논리실증주의자들도 고민했던 문제. 그러고 보니 마그리트가 이 그림을 그린 시기가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시기보다 조금 늦기는 하지만 대략 일치한다.

언어는 세계를 재현한다. 이런 말을 하기 위해 비트겐슈타인은 "그림"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언어가 세계를 지시한다(refer)고 말하기 위해 "명제는 사태(states of affairs)에 대한 그림"이라고 했다. 명제는 마치 그림처럼 그것이 표현하는 바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단, 그것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바의 그림이 아니라, '논리적인' 그림이다. 다시 말해, 명제의 구조/형식은 세계의 사태의 구조/형식을 투사하기 때문에, 양자는 비슷하게 생겼다는 거다.

난 이미지도 말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의미의 말. 바꿔 말하면 둘 다 넓은 의미의 기호(sign)다. 어떨 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편리하고 어떨 땐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와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비유적인 의미로 "그림"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그건 진짜 그림이 세계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파이프"란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이 담뱃대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담뱃대의 그림을 보여주는 게 엄청 편리할 것이다.

근데, 마그리트는 담뱃대를 그려놓고, 지네 나랏 말로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라고 써 놓았다. 그것도 아주 아주 그럴싸하게 그려 놓고 말이다.

이게 담뱃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아하, 담뱃대가 아니라 담뱃대의 그림이란 말이군. (치...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구 왜 헷갈리게 하는 거야?) 말이야 맞지. 그림만큼 세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게 또 어디 있어? 근데 그림이랑 그림의 대상(실재)를 헷갈릴 사람이 어디 있겠어? 원시인이 아닌 다음에야.

근데 <두 가지의 신비>는 이런 결론을 영 석연치 않게 한다. 신비... 몬가 미스테리가 있긴 있어. 저 허공중에 떠 다니는 게 몰까? 글고 여긴 왜 독일어로 써 놨을까? 벨기에에선 불어/독어 공용하나? 어쨌든 우리말로는 똑 같은데.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pipe"와 "Pfeife"... 아, 이말도 또 저 말도 실재하는 담뱃대는 아니라는 말인가보다. 여기서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아마도 "pipe"내지는 "Pfeife"라는 단어가 아닐까? 담뱃대의 형상이 곧 담뱃대 자체가 아니었듯이 "담뱃대"라는 말도 실재하는 담뱃대 자체는 아니니까. 결국 비트겐슈타인이 하던 말이랑 똑같잖아...

그건 그렇고 저 허공 중에 떠 있는 담뱃대는 또 뭐야? 그림 안에 있는 거야 그림이니까 그렇다 치고... 이것도 그림이라구? 근데 옆에 이젤 위에 놓인 그림이 있으니까 저건 딴 걸로 봐야 되지 않을까? 저거는 담뱃대의 "이데아"라고? 담뱃대의 실체는 그림에도, 문자에도 없는 건 너무 당연하고 그렇다고 우리 아빠가 손에 쥐고 있는 저 담뱃대에도 없는 거고, 담뱃대의 "이념"안에 있는 거란 말인가?

애궁, 헷갈린다. 글구 난 그런 관념적인 담뱃대는 시로시로~~~

[* 2003년 4월 25일에 프리첼 마그리트 컴티에 끄적거렸던 건데, 전 아직도 (아니 계속해서) 이 문제로 고민도 하고 글도 쓰고 있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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