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ANIC film/media

어제 타이태닉을 봤다. (이제서야!) 97년도에 나온 영화를 이제야 봤다기 보다는, 여름에 종식형제한테 빌린 것을 이제야 봤단 얘기다. 사실 티비에서 유명한 장면들을 숱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그리고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의 유명세 때문에 처음 보는 영화란 느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엄청 잘 만든 영화임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도 많이 들이고... 아마 내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싫어서였을 거다. [* 당시엔 그가 싫었던게 초창기의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처럼 연기력으로 승부하기보담 (꽃미남도 아닌 것이) 얼굴로 한몫 보는 거 같아서 였다. 근데 요즘엔 다시 연기파가 된거 같아 좋아졌다.]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일등석의 여자와 아이들부터 구명보트에 태우는데, 선장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악사들이 계속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처음엔 좀 효과가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점점 술렁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바이얼리니스트들과 첼리스트들은 아무도 그들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몇곡을 더 연주한다.

마침내 그들의 음악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그들도 그들의 생명을 챙기기로 하고 해산한다. 그중 한 사람이 말한다. "지금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연주한 건 큰 영광이다." 그리곤 다들 돌아서는데, 한 명의 바이얼리니스트가 "내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시 다른 악사들도 동참하고 또 음악이 흐른다...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태워달라는 삼등석 남자들을 두 명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선원, 그 와중에 선원을 매수하려는 사람, 고통스럽게 기도하는 신부님과 그에게 매달리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보트에서 뛰쳐나오는 여인...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선상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 중에서 이류 연주자들의 성실함이 유독 눈에 띄었던 건 못말리는 내 직업의식 때문일까, 아님 그들의 희생정신 때문일까?

[* 2005. 12. 3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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