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퍼스와 지도 C.S.퍼스와 기호학

2005년 11월 인디애나폴리스 소재 IUPUI에 있는 미국사상연구소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거기선 소장님(Nathan Houser)이하 여섯 분정도의 교수가 현재 Charles Peirce Edition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내가 연구하는 기호학자, 찰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1849~1914)는 미국 프래그머티즘 사상의 창시자다.

퍼스를 잘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모두 입을 모아 위대한 천재사상가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의 학문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나의 이유는, 아직도 그의 저작이 다 출판되지 않았다는 것. (에디션 프로젝트에서 30권 예정으로 전작 출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6권 나왔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너무' 독창적이라는 찬사아닌 찬사처럼 이해하기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는 거.

퍼스의 생전 경력은 좀 불행했다. (그래서 출판이 별로 안되었다.) 대학에 자리잡을 기회는 모두 놓치고(당시 하버드 총장이 퍼스를 몹시 싫어함) 그가 가졌었던 직업은 "해안측지연구소"에서 지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퍼스의 괴팍하고 신경질적인 성격 외에, 그의 커리어에 방해가 됬던 건 사생활이었다.  퍼스는 유명한 수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였던 벤자민 퍼스의 아들이었다. 퍼스는 보스톤의 명문가에 태어난데다, 어려서부터 신동이어서 하버드대 화학과를 일찍이 Summa Cum Laude로 졸업했다.

글고 결혼도 일찍 집안 좋은 여인과 했는데, 그의 아내가 된 지나 페이(Zina Fay)는 미국사에서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여성이다. 그러니까 당근 퍼스랑 안 맞을 밖에... 그들이 별거하고 이혼한 건 당시 보수적인 미국상류사회에서 엄청 구설수가 되었다.

그리고나서 퍼스는 유럽에서 쥴리엣이라는 여인을 데려와서 죽을 때까지 살았는데, 그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무성한 소문만 있었을 뿐, 아직도 신분이나 출신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암튼 화학, 물리학, 지질학 모두 일가견이 있었던 퍼스는 지도만드는 일로 유럽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그곳의 사상가들과 교류를 가졌다. (영국에 갈 때는 늘 문학가 헨리 제임스(윌리엄 제임스의 동생)에게 신세를 졌었다.)

사진의 모자랑 튜브는 원래 퍼스의 것이 아닌 거 같은데, 앙드레(소장인 네이선 교수님 다음으로 높은 교수)에게 물어본다고 갔다가 까먹고 그냥 나왔다. ^^;;

[* 난 인디애나폴리스에 딱 열흘동안 있었는데, 당시 포닥하러 와있던 러시안이 나한테 "찰스 퍼스"를 한국어로 써달라고 했다. 모에 쓸려구 그러냐고 그랬더니, 각국어로 "찰스 퍼스"를 쓴 모자를 만들려고 한다나 모라나.. ^^ ;  현재 Charles Peirce Society에선 2014년 퍼스 작고 100주년 기념 논문집을 준비중이다. 나도 참여하겠다고 말은 해놨는데, 아직 뭘 쓸지 정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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