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film/media

퇴근하면서 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모.. 나야 출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비정규직 정신노동자지만, 나름 받은 돈값하느라 비교적 규칙적으로 연구실과 집을 오가고 있다. 암튼, 내가 집으로 떠나오는 시간은 교통이 붐비기 직전인 5시 반에서 6시 사이. 고로 대체로 난 집으로 오는 길에 배철수의 목소리를 듣게된다.

 내가 기억하는 철수아저씨는(내가 아저씨라 부를 정도로 나이가 많은데, 지금도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송골매에서 기타치던 사람이다. 가끔 노래도 부르던 삐딱해보이는 아찌.. 근데 벌써 20년이나 DJ생활을 했단다. 일전에 서점에서 그와 작가가 공동집필한 <Legend>를 대충 훑어봤다. 햐~! 훌륭한 락음악사책이다. 그야말로 레전드들이 다 모였다. 그래서 결국 (비록 중고지만) 한권 구입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레전드는 거기 수록된 숱한 아티스트들이 아니라, 배철수 아찌다. 20년간 방송하면서 꼿꼿이 지켜온 고집이 전설이고, 그가 남긴 숱한 노래들도 전설이다. 20년간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별루 쉬운 일이 아니다. 

초창기에 음악캠프를 들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멘트 중 하나는 "자, 광고듣겠습니다" 하고 주저 없이 던지는 말이었다. 보통 다른 진행자들이 "잠시 전하는 말씀... 어찌구" 하면서 조심스럽게 CM을 트는 것과는 아주아주 달랐다. 거칠다고 해야할지, 과감하다 해야할지 헷갈리는 대목이었다. 젊은 시절 히트시켰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노래와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 진행이었는지... 그렇게 남의 눈, 남의 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던 것이 오늘날 배철수란 브랜드를 창출하게 된 비결 아닌 비결이었을 것이다.

두어 달 되었나? 어김없이 배철수의 방송을 들으면서 퇴근하고 있는데, '오늘은 뭘해 먹지?'를 생각하던 나에게 꽂히던 멘트가 있었다. 어떤 남학생이 "아찌, 정말 멋져요, 떠올리기만 해도!"라는 문자를 날렸단다.(여학생이었는지도 몰겠다.) 메시지를 읽자마자 배철수 왈, "잘못 보신 겁니다." 우리의 아찌는 그 특유의 말투로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하하하. 역시 레전드 맞다.

[* 웹서핑하다가 장기하가 부른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를 찾았다. 송골매에게 바치는 오마쥬란다. 배철수 느낌이 확 나면서도 장기하스럽게 잘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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